병원뉴스

위약의 효과

2016-08-25

얼마 전, 국내 모 제약회사의 신약개발 기술이전의 쾌거가 들 려오면서 국내의 보건의료와 경제계는 한바탕 들썩였고, 그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은 자동차 나 가전제품과 달리 기존의 시장을 대체하기보다 새로운 지 평을 개척하는 의미를 가진다. 의학사전에 나오는 많은 질환 들에 대해서 완치시킬 수 있는 약보다 증상을 완화시키고 삶 의 질을 높이는 약들이 더 많은 까닭에, 새로운 의약품이 치 료효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준다던지, 아니면 이번 모 제 약회사의 발명처럼 1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만 약을 먹어도 될 정도로 환자들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기술이 발명 되면 그야말로 비교가 의미 없는 ‘대박’을 터뜨리기 마련이다.

그런 행복한 결과는 이번의 경우처럼 기술이전에 따른 천 문학적인 이윤도 남기겠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를 남긴다. 바로 회사의 자산 가치 상승에 따라 주가 상승으로 더 큰 보 상을 해주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의 꽃은 아무래도 임상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시험관 안에서의 실험과 동물실험에서 눈이 번쩍 띄는 결 과가 나온다고 해도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효과는 전혀 다 른 양상을 가져오기도 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 표현할 수 없 었던 부작용을 보이면서 후보물질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온갖 첨단 기술과 숙련된 전문 인력, 그리 고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회사도 1만 개의 후보 물질 중에서 최종 신약으로 출시하는 것은 2개 정도 밖에 되 지 않는다.

그 마지막 단계인 임상시험은 적게는 수십억 원에 서 수백억 원 이상의 비용과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묘목을 심어놓고 끊임없이 돌보면서 거목으로 자라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임상시험은 감당하기 불가능한 어려움일 뿐이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임상시험까 지 감당할 여력이 되는 제약회사를 보유하고 신약개발을 주 도하는 나라들은 미국, 영국, 스위스, 일본, 독일 등 10개 국 가를 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 제약회사 중에서 1위 부터 10위까지의 제약회사가 약을 팔아서 버는 돈이 나머지 제약회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이다. 이 자본의 여력 은 이익의 30%를 다시 신약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을 낳는다.

아직 5% 이내 밖에 재투자를 못하는 우리나라가 선순환을 타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모 제약회사의 성공사 례처럼 이익의 일정 부분을 무조건 떼어놓는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임상시험의 3단계에서 바로 ‘위약’이라는 가짜 약이 등장하 는 이중맹검시험(Double-blind test)이 실시된다. 의사도 환자도 어떤 약이 진짜고 가짜인지 모르는 시험인데, 바로 약 을 먹었다는 기분과 느낌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그 영향을 배제하고도 충분히 진짜 약이 효과 가 좋은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약 효과는 실제로 얼마나 존재할까? 여기에 관해서 유명한 일화들이 있다.

미국의 라이트 (Wright)씨는 1957년 임파선 종양을 앓고 있던 환자였고, 그 어떤 치료요법도 효과가 없어 거의 절망상태였다.

그런데, 경 이의 치료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TV를 통해 접하면서 그 약을 실제로 투여 받게 되었고, 의사도 놀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효과가 사 실이 아니었음이 보도되면서 낙망하게 되고, 2개월 후, 다시 원상태로 악화되고 만 것이다. 라이트씨에게 나타난 위약 효 과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보다 못한 주치의가 보다 강력한 신 개발약이라며 주사약을 놓아준 것이다. 주사약의 정체는 그 냥 증류수였다. 그러나 라이트씨는 다시 기적적으로 종양이 진행되지 않는 경과를 보였고, 의사들이 진단한 임종시기보 다 훨씬 더 오랜 후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다.

미국 듀크대학에서 이루어졌던 실험도 아주 흥미 있는 결과 를 보여주었다. 행동경제학교수 댄 애리얼리 박사의 주도로 이루어진 실험에서, 실험에 참가한 82명의 두통환자는 2개 의 그룹으로 나뉘어졌고, 모두 위약만 복용했고 둘 다 모두 그냥 사탕이었다. 한 가지 차이라면 한쪽 라벨의 가격은 개당 2.5달러라고 표시되었고, 다른 쪽 라벨은 10센트였다.

결과 를 평가해보니, 2.5달러 그룹은 85%가 두통이 줄어들었다고 대답한 반면에, 10센트 그룹은 61%만이 두통이 가라앉았다 고 대답한 것이다.

무려 20%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2차대전 때에 위약 효과는 여러 차례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 다.

치열한 전투 중에 총상이나 파편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통 증으로 인한 공황상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모르핀 키트를 사용하는데, 워낙 부상자가 많은 관계로 모르핀이 바닥 나버 리는 일이 많았다.

이 때, 위력을 발휘한 것이 바로 생리식염 수 주사였다. 부상병들은 생리식염수만 맞고도 모르핀 키트 라고 믿으면서 끔찍한 통증을 참아내곤 했던 것이다.

이 위약 효과는 모든 약의 개발과정에서 나타날까? 꼭 그렇 지만은 않다.

일반적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서 더 강 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환자가 우울증, 불 안, 스트레스, 신경성 궤양 증세를 보일 때 더 많이 나타나곤 한다.

그 외에도 위약 효과는 혈압과 맥박, 심지어 혈중 콜레 스테롤 수치에까지도 영향을 나타낸다. 이러한 위약 효과의 본질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과정에서 위약은 도파민과 엔돌 핀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파민 분비 가 현저히 부족한 파킨슨 환자에게 도파민의 자연 분비를 늘 려주고, 치과병원에서 겁에 질린 환자에게 주사한 생리식염 수가 자연 진통제인 엔돌핀의 분비량을 늘려주었던 것이다.

도파민의 분비량이 늘어난다면, 심리적 압박을 호소하는 환 자들의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데 도움이 되고, 통증을 잘 참 아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위약 효과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들도 있다.

진짜 약도 위약도 투여하지 않은 소위 ‘블랭크’(Blank)그룹을 만들어 동 시에 실험을 진행하였을 때, 위약을 투여한 그룹과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그룹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연구보고도 있었 다.

또한, 위약 효과가 통증 대상 연구에서만 15% 이내의 효 과가 있었고, 그나마 환자가 통증에 대해 표현하는 방식의 차 이가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별다는 차이가 없다는 지적 도 있다.

드물지만 거꾸로 위약 투여군에서 상태가 악화되는 역위약 효과도 있었다. 어쨌든, 다양한 환자들에게 객관적인 효능을 측정하기 위해서, 위약 효과를 배제하기 위한 임상시 험 단계는 아주 중요한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 위약 효과를 다룬 흥미로운 영화가 있다. 영화 ‘콘트롤(레 이 리오타 주연)’의 주인공 ‘리 레이’는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타살당하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 폭력으 로 점철된 생을 살아왔다.

그런 레이를 세상은 사형대로 보냈 고, 자신의 혈관 속으로 독극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 check up U 81 던 레이에게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

원래의 판결대로 사형 수로 형장의 이슬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아나그레스’라고 명 명된 폭력성을 낮춰주는 약물의 임상시험 대상이 되느냐였 다. 당장의 삶을 연장시키기 위해 임상시험을 선택한 레이에 게 아나그레스의 효과는 실망스럽게도 전혀 없었다.

이제 다 시 사형대로 돌아가야 하는 레이에게 아나그레스의 개발자 코프랜드 박사는 용량을 8배나 올리는 위험한 시도를 한다.

놀랍게도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농도가 높아지 면서 레이는 점차 평온을 갖게 되고, 새로운 얼굴과 직업이 주어진 채로,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평범남의 일상을 소유하 게 된다.

그러나 너무 앞서 나간 것일까? 양심이 자신을 지배 해오면서 자신의 불행한 폭력의 과거가 그를 놔주지 않게 되 고, 자신의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그의 신분을 노출시키면서 결국 한많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짧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살아본 세상을 경험한, 후회 없는 삶이었기에 레이의 삶은 작은 반향을 남긴다.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 닌 재흡수 억제제’로 개발된 아나그레스의 효과는 결국 성공 이었을까? 아니었다. 아나그레스는 단지 위약이었을 뿐이다.

신약의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심리학적인 실험이었 던 것이다. 그렇지만, 아나그레스의 효과는 모든 세상이 버린 레이라는 사람에게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기에 충분했 던 것이다.

위약의 효과는 화려한 색상을 가진 약이 더 크게 나타나고, 약의 형태가 크거나 반대로 아주 작을 경우에 더 많이 나타난 다고 알려져 있다. 또, 주사로 투여받을 경우에는 효과도 아 주 빠르게 나타난다.

인적 차이를 보면, 사회 경제적 수준이 낮거나 평소에 수동적이고 잔 걱정이 많은 사람, 배우자가 없 는 사람에게 더 크게 나타나는 것들을 종합하여 볼 때, 심리 적인 면이 아주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약의 효과는 사람이 만족감을 느낄 때 의미가 극대화되는 것이므 로 위약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방법은 아직 갈 길이 남은 셈이다.





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최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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